AI는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 BCI가 만드는 다음 단계

BCI 시리즈 2편

지난 1편 **「뇌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시대: BCI는 어디까지 왔을까?」**에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가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살펴봤다. 이미 사람의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문장을 만들고,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흥미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지금의 BCI가 주로 사람이 의도적으로 보내려는 명령을 해석한다면, 앞으로 AI는 우리가 명령하지 않은 생각이나 상태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공상과학적 상상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이미 사람이 실제로 말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뇌 신호뿐 아니라, 소리를 내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는 말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연구하고 있다. 동시에 AI가 뇌 신호의 불완전한 정보를 보완해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하고 행동을 돕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아직 ‘마음을 읽는 기계’라고 부르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BCI의 발전 방향을 보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질문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말하려는 생각’과 ‘머릿속 생각’은 다르다

현재 가장 발전한 언어 BCI는 주로 사람이 말하려고 시도할 때 발생하는 뇌 신호를 읽는다. 예를 들어 ALS나 심각한 마비로 실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다”고 말하려고 하면, 말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는 여전히 신경 활동이 발생할 수 있다. BCI는 이 신호를 측정하고 AI를 이용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해석한다. 2025년에는 이런 신호를 거의 실시간으로 합성 음성으로 바꾸고 억양까지 일부 복원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하는 말은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는 하루 종일 자신과 대화한다.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누군가에게 화가 나도 입 밖으로 말하지 않으며, 회의 중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령이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사적인 공간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이 머릿속 언어 역시 뇌에 해독 가능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24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지마비가 있는 두 명의 참가자에게 머릿속으로 특정 단어를 말하도록 하고 뇌 신호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제한된 단어 집합이기는 하지만 머릿속으로 말한 단어를 우연보다 높은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는 자유로운 생각을 읽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외부로 표현하지 않은 언어에도 구별 가능한 신경 패턴이 존재한다는 중요한 증거였다.

2025년,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

2025년 스탠퍼드 연구진은 심각한 운동 및 언어 장애가 있는 네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더욱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사람이 실제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말했을 때도 BCI가 그것을 해석할 수 있을까?

연구 결과, 머릿속 언어에서도 명확한 신경 활동 패턴이 관찰됐다. 그 패턴은 실제로 말을 하려고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활동과 비슷했지만 상대적으로 약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머릿속 언어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실제로 말을 하려고 시도했을 때의 신호를 해독하는 것보다는 정확도가 낮았다. 즉 현재 기술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생각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언어를 뇌 신호에서 구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중요한 변화다.

흥미로운 것은 연구진이 기술의 성능만큼이나 사생활 보호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사용자가 전달하려는 생각과 혼자 간직하려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진은 현재 세대 BCI가 의도하지 않은 머릿속 언어를 무시하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을 시험했다. 또한 미래에 머릿속 언어 자체를 이용하는 BCI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특정한 암호 문구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뒤에만 해독 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방식도 실험했다. 일종의 **‘생각의 비밀번호’**인 셈이다.

생각을 ‘읽는 것’과 의도를 ‘추론하는 것’은 다르다

여기에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AI가 뇌 신호를 분석한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생각을 그대로 읽어내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BCI는 특정한 과제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대량으로 수집하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에 가깝다.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말하려고 할 때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 손을 움직이려고 할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학습한 뒤 새로운 신호가 들어왔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의도를 추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서 이 ‘추정’의 능력이 점점 중요해질 수 있다. 모든 신호를 완벽하게 읽지 못하더라도 주변 상황과 사용자의 행동, 과거의 패턴을 함께 분석하면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비침습형 BCI와 AI 보조 시스템을 결합했다. AI가 사용자가 수행하려는 작업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면서 불완전한 뇌 신호를 보완했고, 마비가 있는 참가자의 커서 제어 성능은 목표 명중률 기준으로 3.9배 향상됐다. 참가자는 AI의 도움 없이 수행하지 못했던 로봇팔 작업도 수행할 수 있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방향은 흥미롭다. 미래의 BCI가 반드시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읽어야’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뇌에서 일부 정보를 얻고, AI가 상황을 이해해 나머지를 추론하는 방식으로도 강력한 인간-기계 협업이 가능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인간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 BCI 연구의 중심은 주로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해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집중하고 있는지, 인지적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는지, 피로가 쌓이고 있는지와 같은 상태를 여러 생체 신호와 신경 신호를 통해 추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항공기 조종 시스템이 조종사의 인지적 부담이 위험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고 생각해보자. 시스템은 경고를 하나 더 띄우는 대신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를 줄이고 일부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복잡한 수술을 수행하는 의료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패턴을 감지하면 시스템이 중요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은 단순히 사람이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BCI와는 다른 형태다. 기계가 인간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이런 미래가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집중력이나 피로, 의도 같은 복잡한 상태를 뇌 신호 하나만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개인차도 크다. 특히 실제 생활은 통제된 실험실과 달리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연구 결과를 근거로 “AI가 곧 인간의 감정을 모두 읽는다”거나 “생각을 예측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그러나 기술의 방향을 볼 때 중요한 것은 정확도 100%의 마음 읽기가 아니라, 불완전한 신호에서도 인간에게 유용할 만큼 충분한 추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일 수 있다.

편리함과 감시의 경계는 어디일까?

바로 여기에서 BCI는 기술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된다. 내가 피곤해지는 순간을 컴퓨터가 먼저 알아차리고 업무량을 조절해준다면 매우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술을 회사가 직원의 집중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험회사가 뇌 데이터를 위험 평가에 활용하거나 광고회사가 사람의 무의식적인 반응을 분석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 우려는 더 이상 학계의 철학적 논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UNESCO는 2025년 11월 뉴로테크놀로지 윤리에 관한 권고를 채택해 이 분야 최초의 세계적 규범 틀을 마련했다. UNESCO는 특히 정신적 사생활, 인간의 자율성, 자유로운 사고와 뇌 데이터 보호를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으며, 직장에서 직원의 생산성을 감시하거나 개인의 데이터 프로필을 만드는 목적으로 뉴로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기존의 개인정보와 뇌 정보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도 있다. 이메일이나 검색 기록은 원칙적으로 내가 행동한 뒤 만들어진 정보다. 그러나 뇌 신호는 내가 외부에 표현하기로 결정하기 전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미래에는 개인정보 보호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인간에게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통제할 권리, 즉 정신적 사생활과 인지적 자유를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는 논의가 커질 수 있다.

치료를 위한 기술은 어디에서 인간 능력 확장으로 넘어갈까?

현재 고성능 침습형 BCI의 가장 설득력 있는 목적은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의사소통 능력을 돌려주고, 마비가 있는 사람이 컴퓨터나 로봇팔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술의 위험을 감수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BCI의 안전성과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 언젠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 등장할 수 있다. 장애가 없는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만약 생각만으로 AI에게 질문하고, 컴퓨터가 내가 필요한 정보를 미리 예상하며, 인간과 AI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BCI는 의료기기를 넘어 인간 능력 확장 기술이 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는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접근성의 문제도 생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나 학습에서 큰 우위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인간 능력 확장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면 기존의 디지털 격차보다 훨씬 큰 인지 능력의 격차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BCI의 미래는 단순히 얼마나 좋은 칩을 만들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할 것인지, 뇌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지, 사용자가 언제든 연결을 끊을 수 있는지, AI가 인간을 대신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와 같은 규칙이 기술의 발전만큼 중요해질 것이다.

Insight Polaris View — BCI의 진짜 변화는 ‘읽기’ 다음에 시작된다

BCI의 발전을 단순히 ‘더 정확하게 뇌 신호를 읽는 기술’이라고 보면 앞으로 일어날 변화의 일부만 보게 된다. 지금까지의 연구 흐름을 조금 더 크게 보면 하나의 발전 경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측정 → 해독 → 추론 → 예측 → 개입

첫 번째 단계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그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해독한다. 현재의 BCI 연구 상당수가 이 두 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커서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은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와 같은 의도를 뇌 신호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결합하면 다음 단계인 추론이 중요해진다. AI는 뇌 신호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과거의 행동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모든 정보를 뇌에서 직접 읽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상당 부분 추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가 더 쌓이면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측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먼저 행동하는 개입이 등장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는 지금과 상당히 달라진다. 지금 우리는 컴퓨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알려준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고, AI에게 명령한다. 그러나 미래의 시스템이 사용자의 의도와 상태를 지속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컴퓨터는 명령을 기다리는 도구에서 인간의 상태에 맞춰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는 동반 시스템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BCI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도 바뀔 수 있다. 더 많은 뇌 신호를 읽는 기술보다 어떤 정보는 읽지 않도록 설계하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사용자가 전달하려는 생각과 혼자 간직하려는 생각을 구별하고, 필요할 때만 AI가 접근하며, 인간이 언제든 그 연결을 끊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5년 스탠퍼드 연구진이 머릿속 언어를 해독하는 기술과 동시에 ‘생각의 비밀번호’를 연구했다는 사실은 이런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BCI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AI가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까?”**가 아닐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일부를 읽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면,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AI에게 인간의 생각을 어디까지 읽도록 허용할 것인가?”

BCI의 미래는 뇌를 얼마나 잘 읽느냐뿐 아니라, 읽을 수 있음에도 어디에서 멈추느냐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Sources

  • Stanford Medicine — Study of promising speech-enabling interface offers hope for restoring communication
  • Nature — A mind-reading brain implant that comes with password protection
  • Nature Human Behaviour — Representation of internal speech by single neurons in human supramarginal gyrus
  • Nature Machine Intelligence — Brain–computer interface control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copilots
  • UNESCO — Recommendation on the Ethics of Neurotechnology